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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황평집닭곰탕

닭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노포

황평집닭곰탕 1
황평집닭곰탕 2
황평집닭곰탕 3
1 / 3

날짜

2026년 7월 31일

평점

작성자

이석현

참여 멤버

김민수,이석현,임정섭,김동욱,송도원,조민규

위치

서울 중구 마른내로 74

지도 보기 →

0. 긴 글을 읽지 않는 그대를 위한 세 문장

  1. 황평집은 을지로에서 닭찜과 닭무침을 파는 노포이다.
  2. 닭무침은 새콤달콤하고 깔끔한 편이고 닭찜은 간이 세지 않고 담백하여, 전반적으로 맛있다.
  3. 다만 노포 특유의 냄새와 닭의 향에 민감하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고, 특별한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1. 무더운 여름 퇴근길

“자. 이제 슬슬 한번 가 볼까?”

금요일 여섯 시쯤, 연구실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나서자 더운 공기가 먼저 달라붙었다.

“와, 진짜 덥다.”

달력은 아직 여름 한가운데에 닿지 않았는데, 더위는 벌써 제철을 만난 듯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열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들은 버스에서 내려 을지로 안쪽으로 걸었다. 지난 5월 모임 때 갔던 산수갑산도 이 근처였다.

“그때도 이쪽이었지?”

그 말 뒤로 지난 모임 이야기가 잠깐 이어졌다. 이 씨는 지도를 보며 앞장섰다. 낡은 상가 위로 육교인지 건물 사이 통로인지 모를 을지로만의 보행로가 길게 지나갔다. 그들은 그 아래를 지나 골목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골목 입구에 바로 보이는 오래된 간판. 이번 달의 목적지인 황평집이었다. 이 더운 날 닭을 먹으러 간다는 건 어쩐지 계절에 맞는 일이었다.

문을 열자 술잔과 말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안은 왁자지껄했고, 자리 수는 많았지만 테이블 하나하나가 넓지는 않았다. 인원은 꽤 많았지만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었다.

2. 황평집닭곰탕

“사장님, 여기 닭찜이랑 닭무침으로 주세요!”

여럿이 둘러앉기에는 좁은 테이블에 빨간 닭무침이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접시가 놓이자 여러 개의 젓가락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첫입을 먹고도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다들 배가 많이 고팠나 보다.

“오, 맛있는데?”

누군가 뒤늦게 말했다.

이 씨도 말없이 한 점을 더 집었다. 닭무침은 처음이었다. 양념한 무침이라 골뱅이무침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먹고 난 뒤의 맛은 훨씬 깔끔했다. 비린 맛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꽤 마음에 들었다.

이어서 나온 것은 닭찜. 붉게 버무린 닭무침 옆에 놓으니 한결 수수해 보였다. 간은 세지 않았고, 닭은 적당히 삶아져 있었다.

“난 이게 더 좋은데.”

송 씨가 닭찜을 한 점 집으며 말했다.

“닭무침보다?”
“응. 슴슴해서 좋아. 이런 게 진짜 아저씨 음식이지.”

몇 사람이 웃었다. 이 씨는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 닭찜을 다시 먹었다. 나쁘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닭무침 쪽이 더 좋았다.

닭무침과 닭찜을 먹으며 육수를 마셨고, 가끔은 맥주잔을 들었다. 처음에는 음식 때문에 조용했던 식탁도 배가 조금 차자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둘 중에는 뭐가 더 나아?”

누군가 물었다.

“난 닭무침. 깔끔하게 새콤달콤해서 맛있네.”

이 씨가 먼저 답했다.

“난 슴슴하니 닭찜.”

송 씨가 말했다.

한 김 씨는 둘 다 아주 맛있다고 했다.

“왜 맛있는지는 설명 못 하겠는데, 아무튼 진짜 맛있어.”

맞은편에 앉은 다른 김 씨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어디 하나 뛰어난 것도 없는 것 같아.”
“그래도 다시 오면 먹을 만하지 않아?”

이 씨가 되물었지만, 둘의 의견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나는 굳이 다시 오진 않을 것 같아.”

맛있다는 말에서 시작한 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멀어졌다.

임 씨도 김 씨와 비슷한 의견이었다.

“예전에 왔을 때랑 똑같네. 평이한 것 같아.”

조 씨의 말은 더 짧았다.

“난 별로였어.”
“둘 다?”
“응. 들어올 때부터 냄새가 좀 불편했어. 닭에서도 잡내가 나는 것 같고.”

한 김 씨가 닭찜을 다시 집었다.

“난 잘 모르겠는데. 이거 진짜 맛있는데?”

같은 닭을 먹고도 한쪽에서는 담백하다고 했고, 다른 쪽에서는 냄새가 난다고 했다. 슴슴한 맛은 누군가에게 장점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특징도 없는 맛이었다.

이 씨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닭찜을 다시 먹었다. 처음과 맛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조금 전보다 생각할 것이 많아졌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누군가 웃으며 물었다.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맛있다는 사람은 계속 맛있다고 했고, 다시 오지 않겠다는 사람도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의견은 어느 쪽으로도 모이지 않았다. 그 사이 닭무침 접시는 먼저 비었고, 닭찜에는 뼈만 남았다.

말은 끝나지 않았는데, 음식이 먼저 끝났다.

3. 끝나지 않은 저녁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계산을 마친 이 씨가 문을 열었다. 밖은 아직 완전히 어둡지 않았다. 들어올 때 군데군데 비어 있던 자리는 모두 찼고, 문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도 몇 명 서 있었다. 그들이 한 끼를 먹는 동안 황평집의 저녁은 더 붐비고 있었다.

문밖으로 나오자 더위가 다시 달라붙었다. 그래도 연구실을 나설 때만큼 숨이 막히지는 않았다. 오래된 가게가 모인 거리에는 식당 안과 비슷한 냄새가 남아 있었다. 황평집을 나왔는데도 아직 그 안에 있는 것 같았다.

“난 그래도 닭찜은 괜찮았어.”
“난 아직도 모르겠는데.”
“너는 아까부터 계속 모르겠대.”
“그러니까 다시는 안 온다니까.”

닭을 배불리 먹은 아저씨들은 골목을 빠져나오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한 사람은 다시 와도 좋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이번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식당 안에서 갈린 의견은 밖에서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2차나 가자.”

자리를 옮기자 이야기는 금세 다른 곳으로 흘렀다. 일 이야기, 사람 이야기, 지난 모임 이야기. 몇 번이나 했던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가 조금씩 붙었다. 그러는 동안 밤은 천천히 깊어졌다.

누가 맞는지는 끝내 정해지지 않았다. 대신 다음 모임에서 다시 꺼낼 이야기가 하나 생겼다.

이석현

이석현

석현! 가리는게 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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