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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산수갑산

야 이 돈이면 뜨끈~한 국밥 든든~하게 먹고 말지.

산수갑산

날짜

2026년 5월 29일

평점

작성자

송도원

참여 멤버

이석현,송도원,강미령,김민수

위치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20길 24

지도 보기 →

서론

과거 한국 남자의 하위 개체 분류 중엔 국밥충이라는 개체가 존재했다. 이들은 혈관에 피 대신 국밥이 흐르고 있으며, 가격이 대충 6,000원 언저리만 넘어가는 무언가를 먹을 때마다 “아! 이 음식은 할매순대국(특) 급의 가격이구나!” 라며 세상 모든 음식을 할매순대국과 못된 방식으로 비교하는 개체를 칭한다.

허나 2026년. 코스피, 하이닉스 주가, 클로드 토큰 사용량, 그리고 물가까지.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현 네오 대한민국에서 국밥충들은 서서히 존재를 감추기 시작했다. “아! 이 국밥은 버거킹 치즈와퍼 세트 (이벤트 할인 적용) 급의 가격이구나!” 국밥은 더 이상 그들의 지갑을 지켜주지 못했으니까.

여정

열정적인 세미나를 마친 금요일 저녁. 을지로로 향했다. 안암오거리에서 버스 뒷문으로 탑승하는 사람들을 보며 1차적인 분노를, 8명 단체 손님과 함께 서 있는 대기열에서 2차적인 분노를 느꼈다. 현 네오 대한민국에서 순대국 한 그릇이 과연 쌓인 세미나의 피로와 도시인의 분노를 달랠 수 있을까?

그런 의심을 안고 나는 산수갑산에 발을 디뎠다. 여담인데, 두 일본 여성 손님이 기억에 남는다. 순대국밥과 내장 모듬은 외국인들에게 꽤나 거리감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런 풍경도 낯설지 않다. 이것이 K-컬처의 힘인 것일까?

음식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순대모듬과 술국이었다. 순대모듬에는 일반적인 국밥집에서 볼 수 있는 수육과 내장뿐 아니라, 이 집의 상징 같은 막창순대가 포함되어 있었다. 전반적으로 잡내 없이 촉촉하고 훌륭했지만, 그중에서도 막창순대가 특히 대단했다. 쫄깃한 막창피가 부드러운 찹쌀순대를 감싸고, 거기에 식욕을 돋우는 약간의 돼지 육향이 더해지니 소주가 술술 넘어갔다.

술국은 무난하다면 무난하다고 볼 수 있었으나, 건더기의 양이 굉장히 풍성했다. 아마 순대국과 술국은 양을 제외하면 거의 같은 계열일 것 같은데, 순대국에 공기밥을 시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끼를 먹지 않았을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봣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국밥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치와 밑반찬이라고. 전반적으로 밑반찬도 훌륭했고, 특히 마늘쫑이 들어간 쌈장이 모듬순대와 굉장히 잘 어울렸다. 막창순대 한 점에 쌈장을 살짝 얹으면, 그 순간만큼은 술국이 아니라 소주가 메인 국물처럼 느껴졌다.

마치며

산수갑산의 한 끼 역시, 네오 대한민국의 국밥충이 보았다면 잠시 주판을 두드렸을 가격일지도 모른다. “이 돈이면 와퍼 세트 (이벤트 할인가 적용)가 몇 개냐?”

하지만 생각해보면, 국밥충들이 바랐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사랑했던 것은 정말 6,000원이라는 숫자였을까. 아니다.

그들, 그리고 우리가 사랑했던것은 국밥이 주는 맛과 행복이었다. 2026년 네오 대한민국. 국밥의 본질, 맛있는 식사의 행복은 아직 이곳에 남아있다.

송도원

송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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